어색한 번역어 셋

한글화의 모범적인 환타지 작품이나 비슷한 pc게임을 꼽을 만한 게 몇 가지 있다. 그렇지만 둘로 더 좁히자면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에서 나온 반지의 제왕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불타는 성전 (리치왕의 분노도 포함)을 꼽고 싶다. 문법적으로나 직관적 이해에 있어서나 번역이 모두 잘 되어 있다. 문체도 최대한 일상언어에 가깝다. 그뿐 아니라 한글 고유의 아름다움까지 잘 살리고 있다.

하지만 poe의 아이템 및 게임 시스템 관련 번역은 마치 디아2의 아이템 관련 번역이 그랬듯이 완전한 엉터리였다. 사실 앞의 사례와 비교를 한다면 무척이나 부끄러운 수준이다. 그럼에도 카카오측에서 개선의 의지는 조금은 있었는지 지속적으로 조금씩 재번역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초반 번역이 워낙 엉터리여서, 한동안 다른 게임 하다가 오랜만에 들른 poe지만, 지금도 여전히 엉터리 번역들이 꽤 보인다.


그 잘못된 번역을 하나 하나 짚자면 너무 방대해질 테고.... 일단 황당한 세 번역어를 예로 들어 지적하고 싶다.



1. 거미류 둥지 (Arachnid Nest)

여기서 '류'라는 글자는 분류 또는 종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즉 거미 종류 둥지 또는 거미 부류 둥지.. 라는 건데 정말 어색하고도 어색하다. 그냥 거미 둥지라고 하는 게 훨씬 자연스럽다. 아니면 차라리 신화적 유래를 따와서 아라크네 둥지라고 해도 그보단 더 나았겠다.

2. 증폭, 감폭

poe에서 이 단어는 합연산이 아닌 곱연산으로 데미지 등의 총 합산된 수치를 최종적으로 따질 때 쓰이곤 한다. 아마도 번역자가 대폭 증가나 대폭 감소를 염두하고 또는 전체 폭 증가 전체 폭 감소 정도의 이미지를 그리고 번역을 했나 보다. 하지만 우리나라 언어데 저런 식의 사용이 정해져 있지 않다. 증폭은 폭의 증가를 뜻할 뿐이다. 그리고 그 폭은 큰 폭이나 전체 폭을 전제하는 것이 아니다. 소폭 증가나 일부 폭의 감소했을 경우 역시 증폭이나 감폭이라고 말해도 틀린 게 아니다. 주문 피해가 10% 증폭한다는 표현은 최종 주문피해가 10% 증가한다 또는 주문피해의 총합이 10% 증가한다.. 라는 식으로 고쳐써 써주는 게 우리말 어법에 자연스럽다.

3. 부여된 마법봉 (imbued wand)

이 번역어도 참 어색하다. 마치 화장실 갔다가 뒤를 덜 닦고 나온 느낌이 든다. 우리는 그릇에 뭔가 담겨있다고 해서 그 그릇을 '담겨진 그릇' 이렇게 부르지는 않는다. 벽에 어떤 부조가 새겨져 있다고 해서 '새겨진 벽' 이렇게 부르지도 않는다. 여기서 imbued는 마법적 힘을 채웠다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부르자면 마법이 담긴 마법봉 정도로 번역하면 적당할 것이다.


mathovate9 님이 2020. 6. 14. 오후 6:35:13에 마지막으로 편집
마지막 추천 2020. 6. 14. 오후 5:14:38

게시판 글 신고

신고 계정:

신고 유형

추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