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군단 주얼 디자인하기 1부 에서 게임 디자이너 흐리시가 새로운 군단 리그 주얼의 개발 과정과 그 핵심노드에 대해 이야기를 해드렸었지요. 오늘은 그 2부를 공개하고, 다음 주에는 3부를 공개할 예정입니다! 즐겁게 봐주셨으면 좋겠군요.

핵심노드 디자인 시작하기

다섯 개의 군단마다 3개의 핵심노드를 디자인하는 일은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아이디어도 풍부했고 각 군단의 주제 역시 무척 강렬했으니까요. 게다가 이미 트리 내에 존재하는 것들에 구애받지만 않는다면, 매력적인 디자인을 만들어 내는 일은 한결 쉬운 일이기도 했고요. 유일한 걱정거리는 핵심노드가 상당 부분 반복될 것이므로 충분히 테스트해보려면 최대한 빨리 완성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주위를 둘러보며 아이디어를 구했고, 그중 일부를 가려내 멋진 목록을 작성했습니다. 해당 기능을 반복 시험해보려면 가능한 한 빨리 개발 주기에 넣는 게 중요했거든요.

가장 큰 과제는 핵심노드에서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좋은 핵심노드에서 가장 바람직한 요소는 무엇이고, 가장 피해야 할 요소는 무엇일까요? 첫 번째 작업은 핵심노드가 따라야 할 기본 원칙을 확립하는 일이었습니다.

  • 핵심노드는 "어떤 것을 주면, 어떤 것을 가져가야 한다"는 전제를 따라야 합니다
  • 핵심노드는 "고유한" 것이어서, 다른 곳에서는 획득할 수 없거나 최소한 찾기 어려운 무언가를 제공해야 합니다.
  • 핵심노드는 게임의 기본 규칙을 뒤집으려는 시도를 해야 합니다.
  • 핵심노드는 캐릭터의 플레이 방식과 육성 방식에 중대한 영향을 주어야 합니다.
  • 그리고 핵심노드는 독립적인 성향을 띄고 있기에, 너무 구체적인 어떤 것과 결합하지 않고도 "작용"이 되어야 합니다. 핵심노드 자체가 그 부분을 고양하는 것이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대상이 너무 구체적이면 안 되었으니까요.

물론 트리 내 모든 핵심노드가 이 규칙을 따르지는 않습니다. 사실 대부분은 어떤 식으로든 이 규칙 중 일부에서 벗어나는 것이 사실이죠. 하지만 저는 가능한 한 이 규칙을 지키고 싶었습니다. 만약 이 규칙에서 너무 많이 벗어나는 디자인이 있다면, 우리가 다른 것을 시도해봐야 한다는 뜻이 될 테니까요. 강조하고 싶은 또 다른 중요한 부분은 간결함이었습니다. 말하자면, 가능한 한 핵심노드의 상태 설명을 줄이고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원칙과 준비 하에, 저는 여러 동료와 함께 압도적인 수의 핵심노드를 조합하였습니다. 바라건대, 플레이어들이 이를 사용해 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으로 최종 명단에 든 각각의 핵심노드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바알

신성한 육체(Divine Flesh)


첫 번째로 작업해야 할 핵심노드 중 하나였습니다만, 최종 버전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 변경이 이뤄졌습니다. 본래 최대 카오스 저항에 대한 보너스는 전혀 없었으며, 단순히 다음과 같았습니다.

에너지 보호막 최대치가 0이 됨
피격 시 원소 피해의 100%를 카오스 피해로 받음

원래 개발 의도는 플레이어가 원소 저항을 전혀 축적할 필요가 없게 하고, 카오스 저항만 최대치로 올리면 되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당연히 지속 피해에도 적용되도록 만들고 있었습니다만, 디자인에 문제가 있었고 결국 카오스 면역(Chaos Inoculation)에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제가 게임에서 매우 좋아하는 핵심노드가 카오스 면역이지만, 그것이 다양한 방식으로 설계할 수 있는 여지를 제한하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카오스 면역의 존재로 인해 순수하게 카오스 피해를 주는 보스를 상대로 싸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졌으니까요. 그런데 이 핵심노드는 게임 내 모든 순수 원소 보스전에 그런 문제를 더 얹어버리는 격입니다. 더 나쁜 건, 이 핵심노드로 인해 모든 순수 원소 전투 직전에 카오스 면역을 장려하는 꼴이 되어버렸다는 겁니다.

예, 이건 중대한 문제였습니다. 절대 이런 상태로 게임에 도입할 수는 없었지요. 토의 끝에 우리는 모든 피해를 카오스 피해로 받도록 할 필요는 없고 상당량 정도면 충분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최대 카오스 저항을 일부 제공하려는 방침도 있었습니다만, 이 역시 해당 속성에 도움이 되기에는 너무 희귀한 능력치 있고요. 이렇게 플레이어가 원소 저항을 전혀 올리지 않도록 만드는 방향에서, 충분한 카오스 저항을 축적할 경우 전체 원소 피해를 상당 부분 완화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이는 카오스 저항을 축적하도록 만드는 흥미로운 장려책이었고 결국 출시된 버전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영원한 젊음(Eternal Youth)


아주 초기에 만들어진 또 다른 핵심노드입니다. 아이디어는 한참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요. 저는 사실, 예전 리그부터 에너지 보호막 대신 생명력을 재충전하는 고유 아이템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 개념은 대량의 타락한 핵심노드 문서의 일부이기도 했습니다.

이 아이디어를 폐기했었던 이유는, 재충전은 에너지 보호막이 하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생명력이 그 일을 빼앗아 버리면 에너지 보호막의 특수성이 약해지는 결과가 나오니까요. 그러나 좋은 핵심노드의 원칙에 대해 제가 언급했던 것을 기억하시나요? 핵심노드는 게임의 규칙을 회피하기에 자연스러운 곳이잖습니까, 고로 위와 같은 결과는 아주 타당한 결과이죠. 이미 혼 강탈자(Ghost Reaver)나 맹신자의 서약(Zealot's Oath)처럼 에너지 보호막이 생명력의 양상을 취하는 핵심노드도 다수 존재하겠다, 그 반대로 한번 해보자는 거였죠!

이 핵심노드는 개발 도중 거의 변화가 없었습니다. 유일한 변경 점은 최종 버전에 있는 사소한 단점뿐입니다. 개발 도중 초기 버전은 생명력 재생과 흡수를 완전히 차단하는 것이었지만, 그럴 필요까지는 없어 보이더군요. 핵심노드에 일정량의 생명력을 부여하는 것 역시 생각했었지만, 그 역시 불필요해 보였습니다.

타락한 영혼(Corrupted Soul)


이 핵심노드는 타락한 에너지(Corrupted Energy) 고유 아이템이 시도했던 플레이 방식을 보다 촉진해보려는 욕심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핵심노드가 될 예정이었기에, 더욱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었죠.

처음부터 하이브리드에 중점을 둔 핵심노드로 출발했습니다. 하이브리드가 가진 강점 중 하나는 두 개의 "생명력 막대"를 동시에 회복하는 능력입니다만, 굳이 그러실 필요는 없겠습니다. 두 생명력 사이에 피해량을 분산시키는 것으로 이를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을 획득했었으니 말이죠. 이 노드의 제일 중요한 것은, 총 생명력을 감소시키는 대가로 에너지 보호막을 추가했다는 것입니다.

카루이

피의 힘(Strength of Blood)


회의 중, 플레이어가 흡수하는 정도에 따라 피해 보너스를 제공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단순히 일정량의 피해를 받는 것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흡수를 또 다른 방어 보너스로 전환한다는 개념은 괜찮게 들렸지요. 이 경우에는 회복을 포기하는 대신 흡수하는 양에 따라 플레이어가 받는 피해가 감소하게 됩니다.

이 핵심노드는 개발 중에 그다지 내용이 바뀌지 않기도 했는데요, 효과를 어떻게 설명할지가 가장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본 핵심노드가 내재한 개념을 알고 있다면 이해하기 쉽겠지만, 막상 게임 안에서 글로 설명하는 것은 다소 어렵거든요.

전쟁의 담금질(Tempered by War)


바알 불의 화신에 대한 아이디어에서 탄생한 초기 핵심노드 중 하나입니다. 신성한 육체(Divine Flesh)의 등장으로, 우리는 다른 유형으로 바뀌는 원소로 받는 피해를 기존 지속 피해와 대응하도록 수정하려던 참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저는 전쟁의 담금질(Tempered by War)이 개발하기에 아주 개성 있고 멋진 카루이 핵심노드라고 생각했습니다.

본 핵심노드는 여러 면에서 신성한 육체(Divine Flesh)와 매우 비슷합니다. 1개의 저항에 집중하면 피해를 크게 완화해줄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전쟁의 담금질(Tempered by War)을 사용하는 빌드는 그와 꽤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진행 여부는 차치하고서라도, 핵심노드에 단점이 적용되면서 너무 극단적이게 될 수도 있었거든요.

번뜩이는 일격(Glancing Blows)


비교적 긴 개발 과정을 거친 핵심노드입니다. 처음에는 막기 대신 점유하지 않은 마나와 관련된 핵심노드였습니다. 원래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었습니다(물론 이름도 달랐죠).

점유하지 않은 마나 2%당 공격 피해 1% 증폭

여기에는 반올림과 함께, 핵심노드를 사용할 때 영향력과 재미가 얼마나 느껴질지가 문제였습니다. '단점'이 있기는 했지만, 흥미가 떨어질뿐더러 많은 상황에서 핵심노드의 필요성을 판단하기가 쉬웠으니까요.

며칠 후, 몬스터가 공격을 막으면 피해를 완전히 회피하는 대신 피해의 일부를 받게 하는 계획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저는 이 계획을 핵심노드의 형태로 플레이어에게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실현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현재 설계안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본 핵심노드는 이미 막기가 한정 수치에 이른 빌드에 적용할 이유가 없도록 설계했습니다. 막기를 사용하기 어려운 빌드를 위해 만들어진 핵심노드라고 할 수 있죠. 결과적으로 그 자체로도 즐거우면서, 재미있는 여러 조합을 짤 수 있는 핵심노드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마라케스

바람의 무희(Wind Dancer)


이 핵심노드는 가장 마지막에 개발된 노드 중 하나입니다. 원래 의도와는 많이 달라지는 바람에 순서가 늦어졌습니다. 이 핵심노드는 다음 효과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공격을 계속 치명타로 가함
치명타 피해 배율 없음

당시에는 핵심노드라는 개념에 너무나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여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물론 이 구상은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의 밸런스에도 중대한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현재의 밸런스야 핵심노드에 단점을 계속 추가하여 해결할 수 있었으나, 그 때문에 핵심노드 자체의 세련된 면이 떨어지기 시작한 겁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치명타 관련 메카닉과 관련해 차후 써먹을 수 있는 여지를 모두 날려버리고, 한 번 설정한 내용을 내내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다음 할 일은 킨츠키(Kintsugi)의 고유 속성 부여를 살펴보는 것이었습니다. 항상 제가 좋아하는 핵심노드이기도 했고, 패시브 트리에 올려놓는 것도 안성맞춤으로 보였습니다. 물론 핵심노드에 배치한다는 사실을 고려하여,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장점과 단점을 둘 다 도입해 캐릭터에 많은 영향을 미치도록 하였지요. 캐릭터 빌드에 큰 변화를 일으키진 않더라도 게임을 재밌게 만들어줄 요소가 많이 추가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죽음의 춤(Dance with Death)


전 항상 비의 인도자(Bringer of Rain)를 좋아했습니다. 갑옷을 아예 사용할 수 없는 강력한 불이익이 있으니 말입니다. 강한 힘을 어느 정도 얻는 대신 장비 슬롯을 하나 잃는 개념을 채용한 것이지요.

"행운" 속성 부여에는 약간의 실험을 해봤어도 핵심노드엔 그런 적이 없었는데, 바로 이번이 핵심노드를 실험해볼 절호의 기회로 여겨졌습니다. 치열한 전투 속에서 투구를 벗는 행위는 큰 위험을 감수하는 행위입니다. 저희는 핵심노드가 강력한 이점을 주는 대신 커다란 위험을 주는 형태로 반영되길 원했습니다.

꿰뚫어 보는 눈(Second Sight)


이 핵심노드의 개발에도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본래 의도는 적을 실명시키면 이점을 부여해 실명 효과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불리한 점을 생각해 내는 일이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실명은 회피 및 완전 회피와 잘 작용하는 특성입니다. 그러니 여기서 저희가 "완전 회피는 없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곡예(Acrobatics)에 스킬 포인트를 쓰는 일은 없어지겠죠.

결국 누군가가 실명이라는 사안은 그대로 유지하되, 적 대신 자신에게 거는 것은 어떠냐는 아이디어를 내놓았습니다. 저 역시 그 아이디어가 아주 마음에 들었고요. 그렇게 저희는 "눈이 먼 전사"라는 확고한 개념을 온전히 끌어내고자 노력했습니다. 물론 저희는 실명이 주문시전자 전형과 관련이 없는 불리한 점인 것을 고려하여 해당 핵심노드의 이점이 공격에만 국한되길 원했습니다. 또한 실명이 시야 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하여 해당 핵심노드를 사용하는 동안 온 화면이 검게 변해 성가시게 하는 일 역시 없도록 했습니다.
글 작성자: 
카카오게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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